[매일노동뉴스] 왜 그 이름 석 자를 불러야 하는가
- 관리자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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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름 석 자를 불러야 하는가 독자들 덕분이다. 대통령 선거 전에 쓴 “11월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칼럼에 호응이 꽤 있었다. 각계각층에서 ‘전태일만큼은 국가가 기념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반겼다. ‘전태일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하는 활동가들은 당장 서명 용지를 만들어 돌리겠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첫 인터뷰에서 “전태일 정신을 기리는 노동부 장관이 되고 싶다”며 “11월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한편, 질문들이 이어졌다. 왜 국가가 기념하는가? 이해가 메마른 사회. 국가가 기념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희망이 사라진 세상. 그러다 보니, 극단으로 이미 갈라진 마당에 왜 하필이면 전태일이라는 고결한 이름 석 자를 호명하느냐며 입술을 깨무는 이들도 있겠다. 아무도 딱 부러지는 답을 당장 내놓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르고 또 부르게 된다. 전태일이 성인이어서가 아니다. 개발독재 시대에 성장의 불쏘시개로 산화한 이름 없는 또 다른 ‘전태일들’에게 미안해서도 아니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전태일의 이름을 건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전태일은 오늘이다 전태일은 오늘이기에 그렇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여전히 ‘전태일과 평화시장’이 존재하기에 그렇다. 밤을 새우며 개발을 마쳐도 포괄임금제로 저임금에 묶인 작은 사업장의 IT 청년 노동자, 일한 돈을 받지 못해도 다음 일감에 매여 돈 달라는 소리를 못 하는 프리랜서, 플랫폼의 굴레에 묶인 라이더와 대리운전 노동자들, 노동자보다 장시간 일하는 자영업자들, 직장에서 병원으로 실려간 산재 노동자들….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다. 노동권 밖의 노동자들은 1천만인지 1천500만인지 추정조차 되지 않는다.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체성을 부정한다. 각성과 성찰 없이 긍지와 존엄은 없다. 그래서 불러야 한다. 알려야 한다. 그리고 새겨야 한다. 전태일 이름 석 자를. 불행 중 다행으로, 새 정부가 노동 문제에 적극적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와 임금체불을 다그치고 해법을 찾고 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있다. 반갑고 감사하다. 하지만 정부는 해결사가 될 수도 돼서도 안 된다. 노동자와 시민이 연대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스스로 되찾은 권리만이 지속 가능하다. 2030년 태일이네 입주를 향해 전태일재단은 노동과 시민이 함께하는 더 넓은 연대로 전태일의 마지막 외침을 오늘의 사회적 약속, 나아가 국가의 실천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11월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다행히 노동시민사회 많은 활동가들의 발 벗고 나서 9월30일, ‘11월13일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운동 사업계획안’을 공유하는 연석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이어서 ‘전태일과 다시 만난 세계’라는 제목의 토론회도 개최한다. 탄핵광장에서 터져 나온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알게 모르게 간직한 전태일 정신을 만나는 내용이다. 그리고 전태일처럼 또 하나의 꿈을 꾼다. 전태일이 살던 집은 무허가였다. 시청에서 철거반이 나와서 부숴버리기 일쑤였다. 전태일과 이소선 어머니는 당장 잠자리가 있어야 하니 낮에 집이 헐리면 철거반원이 들이닥치지 않는 밤에 블록과 나무판자로 집을 다시 지었다. 일곱 번 헐렸다가 일곱 번 다시 지을 때마다 전태일은 안방을 점점 더 크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까닭을 물으면 앞으로 노동자들이 모여서 회의할 방이니 크게 짓는다고 했다. 사무실과 상근자 한 명 없이 활동하는 불안정·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 스물둘 청년들이 더 나은 세계를 도모할 공간,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 이주 노동자들이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수 있는 공간, 소수자의 안식처,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가 될 공동체 정신을 살리는 공간, 노동자들이 시민들이 주권을 토론할 방으로 가득한 태일이네, 오늘의 전태일들의 집을 건립하고자 한다. 오는 2030년 전태일 60주기, 태일이네 입주를 위해 모금운동 또한 시작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꿈꾸며 연대와 나눔의 새집을 짓자.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mgpark2082@hanmail.net)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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